작품에 대한 소개
2004년 12월에 개봉한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최종적으로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입니다. 작품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다른 작품들처럼 이 작품도 모티브가 되어준 원작이 있는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다이애나 윈 존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다양한 작품 중에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더불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의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명한 작품입니다. 작품 속에서 시간적 배경은 19세기 유럽이며, 실제 배경이 된 장소로는 '콜마르'라는 도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콜마르는 국경 지대이지만 전쟁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덕분에 중세 모습이 남아있는 작은 도시입니다. 목조 건물이 아름다워서 도시의 골목을 걷기만 해도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러 번 봐도 질리지 않는 작품
가끔씩 한 작품을 여러 번 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저에게 큰 존재감이 있는 작품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운이 길게 남거나, 어떤 계절이 오면 생각나거나, 작품과 코드가 맞는 감정 상태일 경우에 이미 봤던 작품을 다시 보고는 합니다. 그중에서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여러 번 보아도 질리지 않는 작품입니다. 처음 보게 되었을 때는 단순히 이야기의 흐름만 보았고, 그다음 두 번째 보게 되었을 때는 작품의 주인공인 '소피'와 '하울'에게 집중해서 보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볼 때마다 새로운 부분들이 하나씩 보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매번 새롭게 보이는 작품 안의 여러 장치들에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작품 특유의 분위기도 다시 보게 만드는 데에 한몫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초반에 소피와 하울이 만나는 장면에서 나오는 OST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단순히 주인공의 성장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아니라 어쩌면 '내면의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의외로 심오한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미 작품의 스토리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잠 안 오는 밤을 맞이한다면 맥주 한 캔과 함께 다시 감상해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과 OST
아버지가 물려준 모자 가게에서 일하는 '소피'는 함께 무도회에 가자는 직원들의 제안을 거절하고 가게에 남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소피는 정말로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무도회에 가지 않겠다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소피는 마치 조용하고, 얌전한 소녀처럼 보였지만, 사실 소피는 삶에 무기력하고,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이었습니다. 무도회에 가자는 제안을 거절한 것도 외모에 자신이 없었던 탓이었습니다. 울적해진 소피는 동생을 만나러 길을 나섭니다. 길가에는 전쟁에 참여하는 군인들을 위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골목에 들어서서 두리번거리는 소피에게 골목에 서있던 군인들이 치근덕거립니다. 난처한 상황에 놓인 소피의 뒤로 금발머리의 남자가 소피를 아는 척하면서 다가옵니다. 그 남자의 이름은 '하울'이었습니다. 하울은 마법을 부려서 군인들은 돌려보내고, 소피에게 데려다주겠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평화롭게 걸어가던 두 사람을 정체불명의 존재가 쫓아가기 시작합니다. 하울은 소피와 함께 도망치다가 공중으로 높게 뛰어오르고, 발을 내디뎌서 계속 걸으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소피는 하울과 함께 공중을 산책합니다. 그리고 이때 배경음악으로 메인 테마가 흘러나옵니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 덕분에 OST가 더욱 깊이 남게 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소피가 걸린 저주
소피는 하울을 만난 날 저녁에 모자 가게에서 한 여성을 마주칩니다. 소피의 가게에 들어온 여자는 싸구려 모자들이라며 비난을 하고, 마음이 상한 소피는 가게 문을 열어주면서 여자에게 나가달라고 이야기합니다. 여자는 '황야의 마녀'를 대하는 말버릇이 그게 뭐냐고 이야기합니다. 알고 보니 낮에 소피가 하울을 만났던 일로 질투심을 느낀 마녀가 소피를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황야의 마녀는 소피에게 저주를 걸고, 유유히 가게를 떠납니다. 그리고 소피는 한순간에 소녀에서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작품을 여러 번 보다 보면 이 장면에서 의문점이 생깁니다. 첫 번째로 보았을 때는 당연히 외적으로의 변화가 눈에 띄기 때문에 '노화'가 소피가 걸린 저주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황야의 마녀는 소피에게 저주를 걸때 어떤 주문도, 멘트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소피를 관통해서 지나간 후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할 수 없는 저주란다."라고만 이야기합니다. 그러고는 이야기가 진행되어도 소피가 걸린 저주는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다른 작품들에서 '저주'라는 키워드가 등장한다면 대부분은 저주를 건 인물을 쓰러뜨리면 저주가 풀리고, 그 인물을 쓰러뜨리는 과정이 성장이며, 작품의 스토리가 되었었는데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는 조금 달랐습니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볼 수 있는 소피의 모습으로 짐작해 보자면 소피가 극복해야 하는 저주는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것과 내면의 욕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면의 욕망은 날것인 상태로는 타인에게 꺼내놓기 어렵고, 작품 속에서의 소피라면 욕망을 드러내기보다는 절제하고, 숨기는 쪽이 더 맞기 때문에 마녀의 대사와도 연결고리가 맞는 것 같습니다. 우리도 어쩌면 스스로 만들어낸 저주에 걸려서, 하루하루를 소피처럼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큰 변화를 이뤄낸 소피와 하울처럼 우리 또한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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